(The Korean Mary Page)

전례 안에서의 마리아

최경선 박사

들어가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어머니, 성모님의 축일은 교회의 전례력 안에서 주님의 축일과 관계되어 일 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 사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중 전례헌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기 아들의 구세 사업과 끊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 하느님의 모친 마리아를 비범한 애정으로 공경한다.(103). 그리고 교회헌장 66항에서는 성모 공경에 대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볼 수 있다. “하느님의 은총을 힘입어 성자 다음으로 모든 천사와 사람들 위에 들어 높임을 받으신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신 지극히 거룩한 천주의 모친으로서 교회의 특별한 예식으로 공경 받으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복되신 동정녀는 오랜 옛적부터 ‘천주의 모친’이란 칭호로 공경 받으시고 신도들은 온갖 위험과 아쉬움 중에 그의 보호 밑으로 들어가 도움을 청한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내게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8-49) 하신 마리아의 예언대로 특히 에페소 공의회 이후 하느님 백성의 마리아 공경은 존경과 사랑과 기도와 본받음에 있어서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였다. 교회 안에 언제나 있었던 이 같은 마리아 공경(恭敬)이 비록 온전히 독특한 것이기는 하나, 혈육을 취하신 말씀인 성자가 성부와 성령과 함께 받으시는 흠숭(欽崇, ‘들어 높여 공경하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며 그 흠숭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이다. 건전한 정통 교리의 테두리 안에서 시대와 장소의 조건이나 신도들의 기질과 품성에 따라 교회가 인준한 성모 신심의 여러 형태는 성모가 공경을 받으심으로써 성자가 옳게 이해되시고 사랑과 영광을 받으시며 성자의 계명이 준수되도록 하는 것이다.  같은 헌장 67항에도 중요한 대목이 있다. “거룩한 공의회는 이러한 가톨릭 교리를 의식적으로 가르치며, 동시에 복되신 동정녀 공경, 특히 전례적 공경을 충분히 촉진하고, 세기를 통하여 교도권이 권장해온 신심행위의 풍습을 중히 여기며, 과거에 그리스도와 복되신 동정녀와 성인들의 성상에 대하여 결정한 것을 엄수하도록, 교회의 모든 자녀들에게 권고하는 바이다. 신학자들과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은 성모의 고유한 품위를 존중하는 데에 있어서 지나친 마음의 협소함과 마찬가지로 온갖 거짓 과장도 힘써 피하기를 간곡히 부탁하는 바이다. 교도권의 가르침을 따라 성서와 교부들과 교회 학자들과 교회의 전례를 연구함으로써 복되신 동정녀의 역할과 특권을 올바로 밝혀줄 것이니, 그것은 언제나 모든 진리와 성덕과 신심의 근원이신 그리스도께로 향한 것이다. 또한 말이나 행동으로 갈라진 형제나 다른 그 누구도 교회의 참된 교리에 대하여 오해를 품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다 힘써 피할 것이다.

 

가톨릭교회의 전례력에 표시되는 공식적인 마리아 축일은 15개가 있다. 그중 넷(1/1 천주의 성모 마리아, 3/25 주님 탄생 예고, 8/15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승천, 12/8 복되신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은 대축일이고, (2/2 주의 봉헌, 5/31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9/8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신)은 축일이며 나머지 여덟(2/11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선택, 6/성령 강림 대축일 2주 후 토요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선택, 7/16 가르멜 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선택, 8/5 성모 대성전 봉헌-선택, 8/22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의무, 9/15-십자가 현양 축일 다음 날- 통고의 성모-의무, 10/7 묵주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무, 11/21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의무)은 기념일이다. 이제 대축일과 축일, 그리고 기념일 등으로 나누어 그 유래와 의미 등을 살펴보기로 하자.

 

대 축 일

 

1. 1 1: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2. 3 25: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3. 8 15: 성모 승천 대축일

4. 12 8: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1. 1 1: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은 오랜 교회의 전통을 현대에 되살린 교회 전례 개혁의 한 가지 예가 된다. 1969년 전례력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1 1일이 예수의 할례 축일이었다.

‘모친’으로서 마리아를 기려온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그 기원이 모호하다. 지방마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축일이 다양한 날짜에 거행되었다. 예루살렘 교회는 428년경부터 8 15일에 성모 축일을 거행하다가 그것이 아르메니아 교회에 파급되었는데, 458년부터는 게쎄마니에서 대대적으로 이 날을 경축하였다. 한편 동방교회에서는 이보다 좀 늦게, 성탄을 전후하여 ‘천주의 모친의 날’(Day of Thetokos)이 도입되었다. 600년경의 그레고리안 월력과 로마력에서는 성탄 8부에 마리아의 중요성을 지극히 강조했는데, 많은 지방에서는 대림 4주나 12 18일에 마리아 축일을 거행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동방교회에서는 비잔틴 교회가 12 26일에, 곱틱 교회가 1 16일에 이 축일을 지낸다.

  포르투갈에서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를 기리는 운동이 널리 전파되자 1751년 교황 베네딕트 14세가 5월 첫 주일에 거행할 것을 인가함으로써 정착되었다. 많은 교구와 수도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행하였고, 1914년에 10 11일로 날짜가 고정되었다. 그러다가 1931년에 들어서서 드디어 보편교회의 축일이 되었고,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전례 개혁에서 옛 전통을 다시 살려 성탄 8부 내 1 1일로 확정되었다.

  마리아 공경 5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개정된 성탄 시기의 순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을 다시 지내게 되었다는 점 같습니다. 옛 로마시대의 전례대로 1 1일에 지내게 되는 이 축일은 구원의 신비 안에서 수행하신 마리아의 역할을 기념하고 ‘우리가 생명의 근원이신 성자를 맞아들이게 해주신’ 거룩한 어머니께 드리는 특별한 존엄성을 찬미하는 날입니다. 또한 이 날은 갓 태어나신 평화의 왕을 경배하고, 천사가 전해준 기쁜 소식(루카 2,14: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의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을 다시 한 번 들으며, 평화의 모후를 통하여 하느님께 평화의 고귀한 선물을 청하는 기회가 됩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탄 후 8일째 되는 날이자 새해 첫날이 되는 이 날을 평화의 날로 정하였는데, 이에 대한 호응은 날로 높아져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의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천주의 모친’이라는 칭호는 성서 안에서 찾아볼 수 없으나, 이미 3세기 초부터 로마와 알렉산드리아 교회 안에서 통용되고 있었다. 이것이 교의적으로 승인된 것은 에페소 공의회(431)에서였다. 이는 네스토리우스(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와 알렉산드리아의 치릴로(삼위가 혼연하여 일체임을 주장. 따라서 말씀이신 하느님을 낳아주신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된다.) 간의 그리스도론적인 논쟁을 종결(“두 본성이 완벽한 일치를 이루셨기에 우리는 한 분의 그리스도, 한 분의 성자, 한 분의 주님이시라 고백 한다”)한 것뿐 아니라, 마리아를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선포를 한 데 의미가 깊다. 사실 신약성서에 보면 마리아는 예수를 잉태하셨고(루카 1,31), 당신 태중의 아기가 예수이며(루카 1,42), 아기를 낳아 포대기에 싸 눕혔고(루카 2,7),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루카 2) 하니, 신성과 인성이 완벽하게 결합된 ‘예수의 어머니’이심이 확실하며 따라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위에서 본 마리아 공경 제5항의 내용과 같이, 이 날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되새겨 볼 기회가 된다.:

1. 갓 태어나신 평화의 왕을 경배하고,

2. 천사가 전해준 기쁜 소식을 다시 한 번 들으며,

3. 평화의 모후를 통하여 하느님께 평화의 고귀한 선물을 청하는 것이다.

  교회는 성탄 후 8일째 되는 날이자 새해 첫날이 되는 이 날을 ‘평화의 날’로 정했는데(매년 이 날이 되면 교황님의 메시지가 발표된다), 이에 대한 호응은 날로 높아져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의 결실을 맺고 있다고 한다.

 

2. 3 25: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은 주님의 성탄과 연관되어 설정된 축일이다. 주의 성탄 대축일(12.25)로부터 만 9개월 전에 위치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이 날을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로 정한 것은 1969년 개정된 전례력에서이다. 이 축일은 오랫동안 구세사에서 가장 고귀한 역할을 수행하신 그리스도의 모친을 기리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주요 축일이었다. 그러므로 서방교회는 물론 동방교회에서도 사순시기에 이 축일을 거행해 왔다. 이와 같이 주님 성탄 대축일과 관계가 있으므로 본질적으로는 그리스도의 축일이라 하겠으나, 마리아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이 마리아 축일을 언급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은 6세기경 동방교회에서 찬미가의 시인으로 기려졌던 Romano il Melode(+560)가 지은 Kondakion(긴 찬미가)이다. 여기서 이 축일은 ‘천주의 모친 영보’라고 소개되었으며, 루가 복음 1 26절에서 38절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로마 교회에 도입된 것은 7세기경이다.

  이 축일은 특별히 하느님이 인간들과 함께 일하시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분은 협력을 강요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은총의 말씀으로써 인간을 초대하시는 것이다. 신앙 문제에 있어서 그리스도교 전승은 이것을 하느님과 나자렛 소녀와의 사적이고 작은 알림 사건으로 다룬 적이 없다. 오히려 모든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역사적이고 구원적인 사건으로 여겨왔다. 여기서 마리아는 인간의 대표자로서 대답하는 인물이다.

  이 날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있어서 정점이 되는 대화의 순간을 기념하는 날이자, 동정녀가 구원 사업에 동참하는 것을 기리는 날이다. 바오로 6세 교황의 마리아 공경 6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말씀의 강생을 기념하기 위하여 로마 전례력에서 ‘주의 탄생 예고’라는 옛 명칭을 조심스럽게 되살리고 있는 3 25일의 축일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스도와 복되신 동정녀를 함께 기념하는 날입니다. 즉 마리아의 아들이 되신 ‘말씀’과 천주의 모친이 되신 ‘동정녀를 함께 기리는 축일’인 것입니다... 마리아는 기꺼운 마음으로 네(Fiat, 루가 1,38)라는 대답을 드림으로써 성령의 감도하심을 통하여 ‘천주의 모친’이 되시고 살아있는 모든 이의 참된 어머니가 되시며, ‘유일하신 중재자’(1디모 2,5)를 잉태하심으로써 ‘참된 계약의 궤’요 ‘하느님의 궁전’이 되신 새로운 하와, 순종하고 충실하신 동정녀가 되십니다.

 

3. 8 15: 성모 승천 대축일

 

  이 대축일의 전례가 시작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마리아의 무덤이 있었다고 여겨지는 예루살렘 지역에서 시작된 것만은 거의 확실시된다. 페르시아의 침공을 받아 피해 온 동방교회 수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로마에 전래된 것으로 생각된다. 마우리찌오(Marurizio, 582-602) 황제의 통치 때 이것은 ‘하느님 모친의 영면’(Dormizione della Genitrice di Dio)라는 이름 아래 축일을 거행할 것이 제국 전체에 명해졌다. 교황 세르지오(683-701)는 ‘주의 봉헌 축일’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그리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신 축일’과 더불어 이 대축일에 행렬을 하도록 했으며, 교황 레오 4(855) 8부 축일로 거행할 것을 선언하였다. 중세기엔 옥수수와 과일의 첫 수확을 감사드리는 축제로 자리 잡기도 했는데 특히 남부 유럽에서 그러했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에 마리아가 육체까지도 하늘에 들어 올림 받으셨다는 것을 교의로 선포하였으며, 1970년 제정된 새 미사 경본에는 밤샘(Vigil)을 하는 유일한 성모 축일이 되었다. 이날 미사 본기도에는 “마리아의 육신을 그 영혼과 함께 천상 영광에 불러들이셨으니, 우리도 항상 천상을 그리워하며 그 영광에 참여케 하소서”라는 대목이 있다. 동방에서는 전야제에 단식을 한다.

 

** 교회 문헌

 

* 비오 12세의 사도헌장(MD, Munificentissimus Deus, 1950)

“원죄 없으신 하느님의 어머니,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께서 지상생활을 마치셨을 때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나라의 영광에 이르신 이 교의를 선언하는 바이다. (DS 3903)

 

* 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헌장(LG, Lumen Gentium, 1964)

- 66: “하느님의 은총을 통하여 성자 다음으로 모든 천사와 사람 위에 들어 높임을 받으신 마리아께서는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신 지극히 거룩한 천주의 성모로서 교회에서 특별한 공경으로 당연히 존경을 받으신다.

- 68: “예수님의 어머니께서는 이미 하늘에서 영혼과 육신으로 영광을 받으시어 내세에 완성될 교회의 표상이 되시고 그 시작이 되시는 것처럼, 이 지상에서 주님의 날이 올 때까지(2베드 3,10)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로의 표지로서 빛나고 계신다.

 

* 바오로 6세의 문헌 (MC, Marialis Cultus, 마리아 공경, 1974) 6

8 15일 대축일에는 마리아의 영화로우신 승천을 기념한다. 이 축일은 마리아의 완전하심과 복되심, 동정의 몸과 흠 없는 영혼이 누리시는 영광 그리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완전히 닮음을 기념하는 축제일이다. 따라서 이 날은 교회와 전 인류에게 그분이 바라던 종국적인 희망이 실현됨을 보여주는 이미지와 위로의 증거를 나타내는 축일, 즉 ‘같은 피와 살을 지니신’(히브 2,14; 갈라 4,4 참조) 그리스도께서 형제로 삼아주신 모든 이들이 마침내 이 충만한 영광을 누리게 될 것임을 기뻐하는 축일이다.

 

** 교의 선포에 대해

 

  1950 11 1 성모 승천 교리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신 교황 비오 12세께서는 사도헌장에서 “성모님께서 지상생활을 마치실 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그동안 교부들이나 신학자들이 당신의 아들과 마찬가지로 성모님께서도 돌아가셨다고 믿어온 바를 언급하는 동시에 ‘육체와 영혼’이 함께 하늘에 오르셨다고 인정함으로써 마리아의 인성을 확실히 하신 것이다. 교황은 이 선언으로 오랜 논쟁을 종식시켰다. 성모 승천에 관한 교리가 자리 잡은 시기는 분명히 알 수 없으나, 부정적 견해는 소수일 뿐 전 교회가 이미 마리아의 영면(永眠)을 믿어왔으니, 사실상 이 교의는 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5세기 무렵 자리 잡은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교의를 선포한 이후 성좌는 각계각층으로부터 성모 승천 교의에 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건의를 받았다. 1차 바티칸 공의회로부터 1941년까지 수많은 이들이 교의 선포를 건의했던 것이다. 113명의 추기경, 300명 이상의 대주교와 주교들, 3 2천명 이상의 사제와 남자 수도자들, 5만 명 이상의 수녀들, 8백만 명 이상의 평신도들이 그들이다.

  성좌는 1946년에 가톨릭 모든 주교들에게 설문지를 보냈다. “존경하올 형제 여러분, 귀하께서는 성모님의 육적 승천을 우리의 신앙 교의로 규정하고 선포해도 좋은지 지혜와 슬기를 다하여 잘 판단하시기 바라고, 여러분이 거느린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이를 원하는지 응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설문지의 답변을 수집한 후 “거의 만장일치”라고 하면서 교의를 선포했다.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들에게 이미 받아들여지고 알려진 바이다”라는 말을 볼 때, 이미 교회와 신자들이 이 영면 축일을 거행하면서 마리아의 육체가 영혼과 분리되었다 할지라도 썩지 않고 영광 속에 있음을 믿어왔음을 알 수 있다. 마리아는 예수님과 불가분의 인물이고 예수님의 영광 속에 함께 하시는 어머니이시기 때문이다. “예수를 잉태하여 낳으셨고 양육하셨으며 양팔로 가슴에 안으셨던 마리아가 비록 육체적으로는 이 세상을 뜨셨다 하더라도 아드님과 영육 간에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모 승천 교의는 신자들에게 성모님의 죽음과 장례 및 부활 등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단순하게 마리아의 육체와 영혼이 천상 영광에 올림을 받으셨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주님의 승천(Ascension)과 성모님의 몽소승천(Assumption)에 대한 차이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성모님이 오르신 천상 영광은 당신 아들의 영광에 의해 성모님 개인에게 한정된 일로 그리스도의 영광에 대한 참여인 것이다.

  신자들은 이 대축일과 관련하여 마리아에게 여왕이라는 칭호를 부여한다. “성모 승천 대축일의 기쁨은 7일 후 ‘여왕이신 동정 성 마리아 축일’에서 계속됩니다. 이 축일에는 영원하신 왕 곁에 좌정하신 엄위로운 여왕 마리아께서 어머니로서의 전구도 계속하심을 기념합니다.(MC 6)

 

4. 12 8: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이 교의는 오랜 세월 논의를 거쳐 완성되었다. 동방교회에서는 6세기경에 마리아의 탄생을 경축하기 시작하여 7세기경 성모 잉태 축일이 생겼다. 서방에서는 동방 수도자들에 의하여 영국에 전래되어 1060년경 마리아의 잉태 축일(the Conception of Mary)이 경축되었고, 후일 노르망디 정복으로 인해 전 유럽에까지 확산되어 원죄 없는 잉태 축일(Immaculate Conception)로 발전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신학적 논쟁이 있었다. 특히 ‘성모 박사’로 추앙 받는 성 베르나르도가 리옹 공의회의 결정 사항에 반대 서한을 보내는 등 반대의견 또한 만만치 않았다. 당시의 신학적 관점으로 베르나르도는 잉태 시에 원죄가 유전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1438 9 15일에 바실 공의회에서 교의와 축일이 인준되어 수세기에 걸친 논쟁이 종식되었다. 드디어 1695년 교황 인노센트 12세가 미사 경본과 성무일도 및 제8부 등을 확정하여 전체 교회에 공인하기에 이르렀고, 1708년 교황 클레멘스 11세에 의해 의무 축일이 되었다. 1854년 교황 비오 9세가 이 교의를 선포한 지 4년 후 성모님께서는 루르드에서 발현하시어 자신이 바로 ‘원죄 없는 잉태’(I am the Immaculate Conception)라고 하셨다. 개정된 전례력엔 대축일로 지정되어 있다.

 

** 교회 문헌

 

* 비오 9세 회칙 (Ineffabilis Deus, 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 1854 12 8)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수태 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로 미루어 볼 때,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별 은총으로 그분에게만 주어지는 은덕으로 원죄의 모든 허물에서 자유로워지셨음을 교회는 규정하고 선포하는 바이다. 이는 사실상 전 교회가 끊임없이 믿어온 신앙인 것이다.

 

* LG 56

“그러기에 교부들이 흔히 천주의 성모는 마치 성령께 형성된 새로운 조물같이 온전히 거룩하시고 아무런 죄에도 물들지 않으셨다고 부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 MC(바오로 6, 1974) 3

“대림시기에는 구세주를 맞이할 근본적인 준비를 하고 한 점 흠이나 주름도 없는 교회의 태동과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기념하는 12 8일의 대축일 외에도 마리아를 자주 언급하게 된다.

 

* RM(요한 바오로 2, 1987) 10

“에페소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하시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거저 주신 영광스러운 은총’에 대하여 말하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을 받았다’(에페 1,7)고 덧붙이고 있다. 교회의 공식 문헌들 안에 엄명된 가르침에 의하면 이 ‘영광스러운 은총’은 하느님의 어머니께서 ‘탁월한 방법으로 구원받으셨다’는 사실을 통하여 드러났다. 아버지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에게 내리시는 풍부한 은총과 당신의 아드님이 되기를 원하시는 그분의 구속공로 때문에 마리아는 잉태 순간부터, 즉 존재할 때부터 그리스도께 속하며 강생을 통하여 자신의 아드님이 되신, 영원하신 아버지의 ‘사랑하시는’ 아드님을 통하여 자신의 아드님이 되신, 영원하신 아버지의 ‘사랑하시는’ 아드님을 통하여 지상 출산의 질서에 따라 당신 자신이 어머니로서 생명을 주신 그분으로부터, 신성에의 참여를 뜻하는 은총의 질서 안에서 생명을 받으시는 것이다.

 

** 성찰

 

  성모의 ‘원죄 없는 잉태’ 교의 내용은 마리아가 안나의 모태에 잉태되었을 때 아무런 흠(원죄) 없이 잉태되었다는 것이지 동정녀의 예수의 잉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신약성서에서 마리아의 출생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고, 교의 정의가 긴 과정을 거쳐 정착된 것이기에 그 속뜻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성 안셀모의 제자였던 에드머(Eadmer, 1130)가 하느님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분이므로 능히 그렇게 하실 수 있다면서 성모의 원죄 없는 잉태를 옹호한 것이 교의 정착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 교의 이해의 원론이라 할 격언을 남겼다. Potuit, decuit, fecit(하느님께서는 하실 수 있고, 적절하므로, 그렇게 하셨다).” 물론 하느님의 권능엔 끝이 없으나 확대 해석하는 마리아론의 안목에는 여러 어려운 점이 있음도 사실이다. 자칫 마리아의 지상 생활 역시 지복직관의 환시 속에 있었다는 등 적합성을 넘어 과장된 표현을 일삼는 신학자나 설교가들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후대에 이르러 교의로 천명된 두 가지 마리아 교의(원죄 없는 잉태와 몽소승천)는 일찍이 교의로 정립된 다른 교의(동정녀와 천주의 모친)와 적절히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마리아의 동정성과 천주의 모친성은 그리스도론적인 교의로서 그리스도에 관한 진리를 보존하기 위하여 마리아에 대해 뚜렷하게 밝힌 교의이다. 반면에 후대에 완성된 두 교의는 직접적으로 마리아에 대해 지적하여 드러내 놓은 것들이다. 언뜻 보면 하느님이며 사람이신 예수님의 모친으로서의 마리아에게 부여된 은사와 특은을 이 교의에서 찾을 수 있지만, 좀 더 면밀히 살피면 구원론적인 특성이 나타난다. 이 교의들을 통하여 우리의 종말을 예견할 수 있고 죄의 권세를 이겨 영광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의 은총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에서 우리는 마리아가 이미 구원되었음을 확인한다. 죄에 물든 이 세상 안에서 아드님의 공로로 마리아는 이미 구원에 도달하여 계시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골고타에서 돌아가셨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분이 십자가상에서 원죄 없는 모친의 은총을 우리에게 주셨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구원이 하느님의 자유로운 선물이라 믿는다. 원죄 없이 잉태되셨기 때문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장 완벽한 존재가 바로 마리아라고 말할 수 있다. 하느님의 선물은 가장 순수하고 고귀한 은총이다. 이점은 ‘은총이 가득한’ 분으로 하느님의 선물에 신앙으로 응답함을 묘사한 강생의 신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축일

1. 2 2: 주님 봉헌 축일